굿모닝

위로가되는글 2010/04/12 10:50

문인수

어느날 저녁 퇴근해오는 아내더러 느닷없이 굿모닝! 그랬다. 아내가 웬 무식? 그랬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후 매일 저녁 굿모닝. 그랬다. 그러고 싶었다. 이제 아침이고 대낮이고 저녁이고 밤중이고 뭐고 수년째 굿모닝, 그런다. 한술 더 떠 아내의 생일에도 결혼기념일에도 여행을 떠나거나 돌아올 때도 예외없이 굿모닝, 그런다.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수고했다 보고 싶었다 축하한다 해야 할 때도 고저장단을 맞춰 굿모닝, 그런다. 꽃바구니라도 안겨주는 것처럼 굿모닝, 그런다. 그런데 이거 너무 가벼운가, 아내가 눈 흘리거나 말거나 굿모닝, 그런다. 그 무슨 화두가 요런 잔재미보다 더 기쁘냐, 깊으냐. 마음은 통신용 비둘기처럼 잘 날아간다. 나의 애완 개그, ‘굿모닝’도 훈련되고 진화하는 것 같다. 말이 너무 많아서 복잡하고 민망하고 시끄러운 경우도 종종 있다. 엑기스, 혹은 통폐합이라는 게 참 편리하고 영양가도 높구나 싶다. 종합비타민 같다. 일체형 가전체품처럼 다기능으로 다 통한다. 아내도 요즘 내게 굿모닝, 그런다. 나도 웃으며 웬 무식? 그런다. 지난 시절은 전부 호미자루처럼, 노루꼬리처럼 짤막짤막했다. 바로 지금 눈앞의 당신, 나는 자주 굿모닝! 그런다.          <배꼽>(문인수, 창비)



------------굿모닝!!! ^^

매주 월요일 사이버문학광장에서 보내주는 시한편~
오늘 시~ 좋다 ^^
굿모닝!!!

http://www.munjang.or.kr/  여기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2010/04/12 10:50 2010/04/12 10:50
top

Trackback Address :: http://daphne-odora.com/trackback/290

Write a comment


남편 [문정희]

위로가되는글 2009/07/03 12:59

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워크샵 진행이 있어 어제 미리 이동해 준비하고
오늘은 행사 중에 있는 오빠
오전 행사가 잘 진행되어 기분이 좋은지 전화가 왔다.

퍼펙트... ^^라고

오빠 회사 사장님은 초등학생 칭찬 도장처럼
보통은... 오케이. 잘하면. 굿. 아주 만족스러우면 퍼펙트라고 말씀하신단다.
그런데 그 퍼펙트라는 걸 웬만하면 듣기가 어려운데...  
당신이 s대 박사 출신이라. 같은 s 대 박사출신 연구원들이
아니면 거의 듣기 힘든 단어라는 말도... 했었다.
일부러 가리진 않겠지만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경영대 출신은 공대 출신을 자갈밭이라 무시하고
공대 출신은 경영대 출신 장사꾼이라 무시하고. 뭐 그런 거 처럼.
암튼 경영대 출신이자 지방대 출신이 오늘 아침 사장님께 퍼펙트를 받고
전화 목소리도 밝다. ^^

월요일은 착공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공장 건축 건이
일 년을 넘게 고생하다 드디어 준공을 받았던 날이기도 했고.
이래저래 고생한 보람이 있는 거 같아 나도 마음이 좋다.
(일 년 동안 아산을 일주일에 2.3번씩 다니면서도 호두과자 한번 안 사왔는데
준공 떨어지고 나더니 명품 호두과자를 사 왔더라 ^^;)

이번 주는 물론 결혼 생활 내내 오빠가 회사에 좋은 일이 있는 날은
정말 꼭 반대의 상황으로 나는 우울했다. ^^;;
그래서 축하를 하다가도 대화가 오가면...
나도 모르게 화가나고. 속상해서 싸우길 여러번... ^^
생각해보면 죄 없는 신랑한테 히스테리를 부린 것도 여러번이고...
신랑 잘 되는 것도 내일이고 좋지만
나도 그도 각자 사회 생활하는 사회인이다보니 반대의 상황으로 입장이 갈리니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고 그러다 감정 조절이 안되어 화까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오빠는 나를 답답해하고... 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오빠가 서운했고.
아무튼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회사 생활하는 울 오빠.
지난 일년동안 나의 찌질함으로 그의 잘됨을 더 많이 티 내며 축하하지 못한 거
다시 한번 반성하며 오늘의 퍼펙트가 영원히 퍼펙트로 기억되길 기대하며
한숨 잘까 말까 고민하다 주절주절 또 잡글 쓰며... 점심 시간을 마친다.

오빠는 가끔 그런 말도 했다. 너는 나한테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고... ㅠㅠ
오라버니. 나의 상처만 생각하고 오빠에게 상처 주는 말 많이 하며 사는 거 같아
미안해용... 반성하고... ^^
좀 더 성숙한 사회인. 그리고 아내가 되려고 더 노력하겠습니다용

ㅋㅋ 횡설수설. 오늘도 ^^


2009/07/03 12:59 2009/07/03 12:59
top

Trackback Address :: http://daphne-odora.com/trackback/244

Write a comment


조용한 일 [김사인]

위로가되는글 2008/11/26 09:41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 없이 그냥 앉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괜스리 눈물 나는 아침
시만 찾아서 읽는다.



2008/11/26 09:41 2008/11/26 09:41
top

Trackback Address :: http://daphne-odora.com/trackback/206

Write a comment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이기철]

위로가되는글 2008/11/24 23:29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이기철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사라질 때
저녁 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 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2008/11/24 23:29 2008/11/24 23:29
top

Trackback Address :: http://daphne-odora.com/trackback/205

Write a comment


가을부근

위로가되는글 2008/09/11 11:08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 : 강요배 구절초

가을 부근

                                  정일근

여름내 열어놓은 뒤란 창문을 닫으려니
열린 창틀에 거미 한 마리 집을 지어 살고 있었습니다
거미에게는 옥수수가 익어가고 호박잎이 무성한
뒤뜰 곁이 명당이었나 봅니다
아직 한낮의 햇살에 더위가 묻어나는 요즘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일이나, 새 집을 마련하는 일도
사람이나 거미나 힘든 때라는 생각이 들어
거미를 쫓아내고 창문을 닫으려다 그냥 돌아서고 맙니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여름을 보낸 사람의 마음이 깊어지듯
미물에게도 가을은 예감으로 찾아와
저도 맞는 거처를 찾아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2008/09/11 11:08 2008/09/11 11:08
top

Trackback Address :: http://daphne-odora.com/trackback/185

Write a comment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위로가되는글 2008/06/12 15:52
 

2008. 5. 31. 서산 해미읍성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서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2008/06/12 15:52 2008/06/12 15:52
top

Trackback Address :: http://daphne-odora.com/trackback/165

Write a comment


사랑신고 [문정희]

위로가되는글 2008/02/21 00:08
사랑 신고

                                     문정희

사랑은 자주 불법 위에 터를 닦고
행복은 무허가 주택이기 쉽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철거반이 오기 전에
마치 유목민의 천막처럼
이내 빈 터만 남으니까

가끔 불법 유턴을 하여
위반과 비밀 위에 터를 닦지만
사랑을 신고할 서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를 발명했는지도 모른다
오늘 밤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진실로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문득 이 도시의 모든 평화가 위조 같다
어떤 사랑으로 한번
장렬하게 추락할 수 있을까
맹목의 힘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볼까
사람들이 가끔
목젖을 떨며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한 사랑, 진정한 고통, 진정한 희망은
어떤 서류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오늘 밤 그런 생각을 해본다

2008/02/21 00:08 2008/02/21 00:08
top

Trackback Address :: http://daphne-odora.com/trackback/147

  1. 은진 2008/02/21 02:00 MODIFY/DELETE REPLY

    친구 잘 지내지? 회사일 많이 바쁜 거 같네.
    오늘은 점심 먹고 걸어오는데 햇살이 완전 봄이더라.
    점심 먹고 언니랑 근처 공원 한바퀴 돌고 들어와.
    봄이 오면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어떤 감성들이 되살아날까..
    봄과 함께 조만간 좋은 소식 전해줄게^^


    • 서향 2008/02/21 08:20 MODIFY/DELETE

      좋은 소식?
      어떤 일일까... 기대되는 걸 ^^

      회사는 늘 좀 그런 곳 인 것 같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구
      전해줄 것도 있어서 (별건 아니지만)
      얼른 더 보고 싶구낭~

Write a comment


오늘의 약속 [나태주]

위로가되는글 2008/02/20 23:52
오늘의 약속

                                                  나태주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매미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느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지난밤에 쉽게 잠이 들지 않아 많이 애를 먹었다든지
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
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2008/02/20 23:52 2008/02/20 23:52
top

Trackback Address :: http://daphne-odora.com/trackback/145

Write a comment


나는 믿었다 [이승훈]

위로가되는글 2007/11/14 09:11
나는 믿었다

                                    by 이승훈

나는 개같은 세월을 믿었다
없는 것들을 믿고
깨진 거울을 믿고
나는 새 한 마리 없는 하늘에
새 한 마리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없는 땅에
네가 있다고 믿었다
나는 희망이 없는 밤에
희망이 있다고 믿었다
나는 염소새끼들이 없는 광장에
염소새끼들이 있다고 믿었다
나는 믿었다
있다고 믿었다
있다고 믿은게
나를 삼켰지만
나는 과연 어디 있었으며
나는 과연 누구였는지
나는 너무 오래 나를
먹어치웠다
꿈을 먹어치우고
없는 것들을 먹어치우고
오직 남은 건
내가 먹어치운 것들
나를 삼키려고 입을 벌리는
깨진 거울 속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없는 것들의 얼굴
나는 꿈같은 세월을 살았다
나는 없는 것들 속에
나체로 뒹굴었다
나는 없는 것들을
있다고 믿었다
그게 잘못인가?

2007/11/14 09:11 2007/11/14 09:11
top

Trackback Address :: http://daphne-odora.com/trackback/130

  1. atoota 2007/11/20 04:38 MODIFY/DELETE REPLY

    I think you have my ex-home number????
    my cell phone number is 321-278-1282.
    call mewhenever you have time.... I want to listen to your exciting voice for wedding....
    Bye....

Write a comment


최승자 - 중구난방이다

위로가되는글 2007/08/30 19:22
최승자 - 중구난방이다


중구난방이다.
한없이 외롭다.
입이 틀어막혔던 시대보다 더 외롭다.

모든 접속사들이 무의미하다.
논리의 관절들이 삐어버린
접속이 되지 않는 모든 접속사들의 허부적거림.
생존하는 유일한 논리의 관절은 자본뿐.

중구난방이다.
자기 함몰이다.
온 팔을 휘저으며 물 속 깊이 빨려 들어가면서
질러대는 비명 소리들로 세상은 가득차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없이 외롭다.
신안촌 지나 해방촌 지나
희망촌 가는 길목에서.






아주 오랫만에 싯귀를 찾아서 읽는다.
'마음챙김' 출판사 다니는 친구가 권한 책.
친구가 편집한 책이라 그랬지...

얼른 읽어야는데...
그냥 마음챙김이라는 단어 자체로... 뭔가 위안이 되는 듯 하다.
마음이 챙겨지지 않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구나...




2007/08/30 19:22 2007/08/30 19:22
top

Trackback Address :: http://daphne-odora.com/trackback/127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