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서향의일상 2010/03/24 10:26
오늘은 요즘 계속 점심도 못 챙겨먹고 일하고 있는 오빠를 위해
김치 볶음밥을 만들어 두고 왔다.
물론 아침 일찍 일어나 만들 자신은 없어서 저녁에 해둔 것인데
잘 먹고 출근했을지 궁금하고...
계란까지 올려 이쁘게 마무리한 내 김치볶음밥이 넘 사랑스럽다는 자뻑에 빠져든다.
쿠쿠. 인증샷은 없다 ^^
지난주부터는 매일 출근하고 있는 오빠...
9시 정시 출근은 못하지만 오전중에는 도착해 일하고 또 차막히는 시간을 피해 늦게까지 일하다가 오는 편이다.
집에서 아점을 챙겨먹고 가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 점심을 거른다고 한다.
점심 전에 회사 도착해도 밥 먹으러 나가기도 힘들어서
직원들한테는 먹고 왔다고 한다는데... 진작 도시락이라도 싸줄 걸 그랬나 싶다.
점심을 안 먹으면...그러니까 우린 아침도 안 먹으니
하루종일 굶고 밤까지 일한다는 얘긴데  나는 그런 걸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라
오늘은 김치볶음밥이라도 잘 챙겨먹고 나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사실 오빠는 깁스의 불편함 보다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날들에 대한 괴로움을 매일 호소하고 있다.
그러니까 점심 따위 굶고 일하는 건 상관없지만
나 오늘 술 안 마신지 10일 됐어.15일 됐어.... 25일됐어하며 하루하루 괴로워하는 상황? ^^
내일은 2주만에 병원 가는 날인데... 뼈가 붙어 제발 반깁스 모드라도 바뀌길
그러니까 오로지 술을 마실 수 있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
사실 술만으로 따지면 안마시고 있는 요즈음이 나는 더 좋은데
넘 힘 없이 힘들어하니... 쿠쿠... 나도 살짝 이제 그만 마실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마시자 마자~ 바로 지금이 봄날~ 이었다고 생각이 될거라는 게 뻔하다 ^^;
워낙 시작하면 달려주시니...
어제는 밀린 술 약속을 세고있던데... 깁스 풀고 나면 당분간은 얼굴 보기 힘들 거 같당. 후후.


남은 출근 일자가... 열흘도 남지 않았다.
아침에는 여전히 일어나기 힘들어... 빨리 퇴사일이 다가오길 학수고대하고
오후가 되면 또 아 이제 정말 안 남았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도 밀려온다.
그러니까 오전에는 시원~ 오후에는 섭섭한 모드의 반복. 쿠쿠.



오늘 처음으로 겨울 코트를 벗고 트랜치 코트를 입었다.
길고 길었던 겨울도 이제 정말 끝이 난 듯 하다.
봄이 왔다. ^^



2010/03/24 10:26 2010/03/2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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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4 23:57 MODIFY/DELETE REPLY

    아- 넘 귀여운 언니 ㅎㅎㅎ
    언니가 만든 김치 볶음밥이 사랑스럽다는 생각... ㅎㅎㅎ
    술이 그리운 형부......ㅎㅎㅎ
    형부가 넘 힘들어하니 이제 마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마실 수 있게 되면, 못마시는 지금이 더 좋았다고 생각할 언니......ㅎㅎㅎ
    또 그걸 봄날이라고 표현하는 센스.........ㅎㅎㅎ
    이런 글 읽으면 일상이 다 행복이네요. ^^

    내일은 다시 눈이 온다네요.
    트랜치 코트는 담주부터 본격적으로 입으시고 낼은 무조건 따뜻하게 입으세요!
    열흘 후, 퇴사하시고 나면 언니의 기침과도 이별할 수 있게 되기를~

    언니. 안녕히 주무세요 ^^

    • 서향 2010/03/25 11:19 MODIFY/DELETE

      나 볶음밥 만들어 놓고 나오기 딱 하루하고 그만했네 ㅋ
      어제밤엔 사골국 데워먹으라하고 걍 잤다는 ㅋ
      이럴때 내 몸에 조금 남아있는 B형 기질을 느낀다는 ㅋㅋ
      암튼 오늘은 다시 겨울코트 복귀~
      그래도 봄은 봄이겠죠? ^^

  2. 알로하 2010/04/02 17:46 MODIFY/DELETE REPLY

    ㅋㅋㅋ 그러게. 진숙이 은근 귀여워. 오빠는 차도가 있나 보구나. 언니도 사실 임신하고 아기 기르며 수유하느라 제일 힘들었던 건....술 참는 거였다ㅠㅠ 여전히 잘 지내고 있구나. 오늘은 간만에 햇볕이 쩅 비쳐서 기분이 좋다. 황사가 있든 말든 베란다 창문 열어놓고 심호흡~~ 퇴사하고 나면 우리 간만에 수다 떨자꾸나. 엄마된 은진이와 다함께 모여서^^

    • 서향 2010/04/06 10:14 MODIFY/DELETE

      언니~~~ 오빠 토욜엔 깁스도 풀었는데
      풀자마자 선생님께 술 마셔도 되냐고 묻는데
      선생님 아직 절대 안된다고 하셔서 절망하고
      (전 뒤에서 웃었지용 ㅋㅋ)
      암튼 언니 넘 보고파요. 이쁜 아가들 둘이랑
      아줌마 셋 모여 수다떨어봐요. 놀러갈게요!!!!

  3. 수웅 2010/04/05 12:39 MODIFY/DELETE REPLY

    퇴사를 축하하요~~^^
    혹시나 해서 들어와봤는데 여기가 살아있었군...

    한동안 마누라랑 놀아준다고 딴일에는 영 신경을 못썼는데
    누나가 퇴사한다니 갑작스럽네...

    오랜만의 자유를 즐기시고 심심할때 연락하시구랴
    저번주에 마누라 부산보내서 두달정도 나도 자유^^!!

    • 서향 2010/04/06 10:18 MODIFY/DELETE

      방가방가~ ㅋ 가리봉 이웃~~~
      가리봉 떠나기전에 한번 더 뭉쳤어야했는데 말이지
      여긴 얼마전에 도메인 연장도 했고...
      쭈욱 살아있을 예정이니 자주 좀 놀러와 소식 남기도록
      나 이제 백수라... 많이 놀아줘야 해 ^^

      오케~ 마눌님 애기랑 컴백하면 또 연락두절이지? ㅋㅋ
      그전에 한번 뭉치자고.
      집으러 놀러오던지... 오빠가 요즘 술을 못 먹어 좀 우울해하고 있으니
      놀러와 위로를? ^^

      암튼 나 백수 첫날~ 기분 좋다
      라됴 들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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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길

서향의일상 2006/04/28 12:37


                                                                                    2006. 4. 12 송정고개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넘어가는 옛길입니다
지금은 터널이 뻥 뚤려서 수영에서 송정으로 바로 연결이 되지만
불과 몇년전까지도 저 좁은 길 밖엔 없었지요 ^^
버스도 다니고 화물차도 다니고 승용차도 다니고...
쌩쌩 빠른 길이 생겨버렸지만 저는 저 길로
버스가 다니던 때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시사철 바다를 볼 수 있는 명당 길이었는데다가
봄이면... 한쪽은 벚꽃 또 한쪽은 개나리가 얼마나 이쁘게 피었는지...
여름되어서 해운대에서 고개길에서 접어들다보면
안개낀 바다 모습에 또 한번 반했구요
뭐 암튼 그렇게 좋았습니다 ^^
이번엔 작정을 하고 저 길을 걸었습니다
몇년전에도 한번 걸었는데 그때도 참 좋았거든요
전날 내린 비로 꽃은 떨어져버리고 서울 올라오는 길이라
어깨에 짊어진 짐은 무게가 만만치 않았지만
그래도 참 좋았어요 ^^
이쁜 길이 있고. 같이 걸어갈 동무도 있었고...


아득한 봄날 [최승자]
통과해야만 할 아득한 봄날의 시간이
저 밖에서 선혈처럼 낭자하다.
베란다 앞 낮은 산을 뒤덮으며
패혈증처럼 숨가쁘게,
어질어질 피어오르는 진달래.
눈물이 나 더는 못 보고
쪽문을 소리내어 쾅 닫는다.

어떻게 견뎌야 할지,
내 앞에 펼쳐질
봄 꽃, 여름 잎
가을 단풍, 겨울 눈꽃.

닫혀버린 집안 한구석에서
인조 장미 몇 송이가
무게도 없이 깊이깊이 가라앉는다.



2006. 4. 18  瑞香
2006/04/28 12:37 2006/04/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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