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문정희]

위로가되는글 2009/07/03 12:59

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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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샵 진행이 있어 어제 미리 이동해 준비하고
오늘은 행사 중에 있는 오빠
오전 행사가 잘 진행되어 기분이 좋은지 전화가 왔다.

퍼펙트... ^^라고

오빠 회사 사장님은 초등학생 칭찬 도장처럼
보통은... 오케이. 잘하면. 굿. 아주 만족스러우면 퍼펙트라고 말씀하신단다.
그런데 그 퍼펙트라는 걸 웬만하면 듣기가 어려운데...  
당신이 s대 박사 출신이라. 같은 s 대 박사출신 연구원들이
아니면 거의 듣기 힘든 단어라는 말도... 했었다.
일부러 가리진 않겠지만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경영대 출신은 공대 출신을 자갈밭이라 무시하고
공대 출신은 경영대 출신 장사꾼이라 무시하고. 뭐 그런 거 처럼.
암튼 경영대 출신이자 지방대 출신이 오늘 아침 사장님께 퍼펙트를 받고
전화 목소리도 밝다. ^^

월요일은 착공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공장 건축 건이
일 년을 넘게 고생하다 드디어 준공을 받았던 날이기도 했고.
이래저래 고생한 보람이 있는 거 같아 나도 마음이 좋다.
(일 년 동안 아산을 일주일에 2.3번씩 다니면서도 호두과자 한번 안 사왔는데
준공 떨어지고 나더니 명품 호두과자를 사 왔더라 ^^;)

이번 주는 물론 결혼 생활 내내 오빠가 회사에 좋은 일이 있는 날은
정말 꼭 반대의 상황으로 나는 우울했다. ^^;;
그래서 축하를 하다가도 대화가 오가면...
나도 모르게 화가나고. 속상해서 싸우길 여러번... ^^
생각해보면 죄 없는 신랑한테 히스테리를 부린 것도 여러번이고...
신랑 잘 되는 것도 내일이고 좋지만
나도 그도 각자 사회 생활하는 사회인이다보니 반대의 상황으로 입장이 갈리니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고 그러다 감정 조절이 안되어 화까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오빠는 나를 답답해하고... 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오빠가 서운했고.
아무튼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회사 생활하는 울 오빠.
지난 일년동안 나의 찌질함으로 그의 잘됨을 더 많이 티 내며 축하하지 못한 거
다시 한번 반성하며 오늘의 퍼펙트가 영원히 퍼펙트로 기억되길 기대하며
한숨 잘까 말까 고민하다 주절주절 또 잡글 쓰며... 점심 시간을 마친다.

오빠는 가끔 그런 말도 했다. 너는 나한테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고... ㅠㅠ
오라버니. 나의 상처만 생각하고 오빠에게 상처 주는 말 많이 하며 사는 거 같아
미안해용... 반성하고... ^^
좀 더 성숙한 사회인. 그리고 아내가 되려고 더 노력하겠습니다용

ㅋㅋ 횡설수설. 오늘도 ^^


2009/07/03 12:59 2009/07/0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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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신고 [문정희]

위로가되는글 2008/02/21 00:08
사랑 신고

                                     문정희

사랑은 자주 불법 위에 터를 닦고
행복은 무허가 주택이기 쉽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철거반이 오기 전에
마치 유목민의 천막처럼
이내 빈 터만 남으니까

가끔 불법 유턴을 하여
위반과 비밀 위에 터를 닦지만
사랑을 신고할 서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를 발명했는지도 모른다
오늘 밤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진실로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문득 이 도시의 모든 평화가 위조 같다
어떤 사랑으로 한번
장렬하게 추락할 수 있을까
맹목의 힘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볼까
사람들이 가끔
목젖을 떨며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한 사랑, 진정한 고통, 진정한 희망은
어떤 서류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오늘 밤 그런 생각을 해본다

2008/02/21 00:08 2008/02/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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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진 2008/02/21 02:00 MODIFY/DELETE REPLY

    친구 잘 지내지? 회사일 많이 바쁜 거 같네.
    오늘은 점심 먹고 걸어오는데 햇살이 완전 봄이더라.
    점심 먹고 언니랑 근처 공원 한바퀴 돌고 들어와.
    봄이 오면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어떤 감성들이 되살아날까..
    봄과 함께 조만간 좋은 소식 전해줄게^^


    • 서향 2008/02/21 08:20 MODIFY/DELETE

      좋은 소식?
      어떤 일일까... 기대되는 걸 ^^

      회사는 늘 좀 그런 곳 인 것 같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구
      전해줄 것도 있어서 (별건 아니지만)
      얼른 더 보고 싶구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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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여름바지 [문정희]

위로가되는글 2006/10/14 13:07
보라색 여름바지

                           문정희

여름 다 지나고 선선한 초가을날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보라색 여름 바지 하나 사들고 돌아오며
벌써 바람처럼 숭숭 차가운 후회가
뼛속으로 스미어옴을 느낀다

왜 나는 모든 것을 저지른 후에야 아는가
만져보고 난 후에야 뜨겁다고 깨닫는가
늘 화상을 입는가
사람들이 이미 겨울을 준비할 때
여름의 잔해에 가슴을 태우고
사랑을 떠나 보낸 후에야 사랑에 빠져
한 생애를 가슴 치고 사는가

내 키보다 턱없이 긴 바지단을 줄이며
내 어리석음을 가위로 잘라내며
애써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어 본다

누구나 정해진 궤도를 가는 건 아니지
돌발과 우연이 인생이기도 해
그러나 어느 가을날 하루가
더운 사랑으로 다시 뒤집힐 수 있을까
이 보라색 바지를 위해

무릎 아래까지 흰 별들이 총총 나 있는
보라색 여름바지를 입고 서서
홀로 낙엽 지는 소리를 듣는다
숭숭 기어드는 차가운 바람 소리를 듣는다


─ 문정희 『오라, 거짓 사랑아』, 민음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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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좋은 주말 오후이네요
부산에서 전해져오는 PIFF 소식에 괜스리 마음이 싱숭생숭
부산에 있을 땐 겨우 한 두편 관람하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그 축제 속에 함께 하는 것이 참 즐거웠는데
이제 멀리서 전해져 오는 소식만 들으려니 섭섭하네요

영화한편 보고... 맥주마시며 영화얘기도 하고
바다도 보고...
고향 가고 싶은 오후 입니다 ^^

이런 날 저런 시는 아주 제대로 가슴에 엥기네요 ^^;


2006/10/14 13:07 2006/10/1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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